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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2012 결산] 영화

2012년이 끝나가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렇게도 끝날 것 같지 않던 2012년이었는데, 이렇게 끝나간다. 그렇다 함은 이제 또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념 포스트들도 있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영화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올해는 한국 영화계로서는 전화위복의 한 해였다고 할 수 있다.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가 (스크린 독과점 논란은 있었지만) 두 편이나 나왔고, 칸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도 받는 등, 위상이 한껏 높아졌다. 한국 영화를 그닥 좋아하지 않는 나도 올해는 나름 재밌다고들 하는 한국 영화들을 한두 편 정도는 볼 수 있었던 한 해였던 것 같다. 원래 순위별로 정리하려 했으나, 계획을 변경하여 영화 몇 편을 시기별로 정리해보고자 한다.

한국 영화들: 건축학개론, 도둑들 등
올해는 한국 영화들의 해였다. 1,000만을 돌파한 영화가 두 편이나 나온 것도 있지만, 4~500만명을 거뜬히 넘은 한국 영화들도 꽤 많았다.

전반기에는 건축학개론이 멜로물 사상 최고의 히트를 쳤다. 사실 나는 건축학개론같은 장르의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었는데, 건축학개론은 뭔가 추억이라는 것을 후벼파는 그런 영화였던 것같다. 늘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일명 ‘기억셔틀’ 영화들과 달리 내가 실제로 기억하는 90년대를 그린다는 것도 신선했었다. 수지가 나온건 덤이다. 메인이 아니라 그냥 덤이다.

도둑들은 사실 극장에서 보지는 못하고, 이후에 다른 기회를 통해 볼 수 있었다. 1,000만 영화답게, 뭔가 볼거리는 풍성했다. 김윤식, 이정재, 전지현, 김혜수, 김수현 등의 스타 캐스팅에, 한국 영화로서는 보기 드문 볼거리도 많았던 영화였다. 그러나 스토리 면에서 아쉬운 면이 많았다. 이런저런 반전이 계속 나오는데, 그로 인해 스토리 구성이 산만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캐릭터들 또한 따로 노는 듯한 기분도 강했다. 실제로 따로 노니까.

그다음으로는 차태현이 나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이다. 여러모로 도둑들과 많이 비교됐고, 특히 시기적으로 1~2주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나서 거의 정면 승부를 벌였다고 할 수 있다. 의외로, 개인적으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좀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도둑들과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비교하면 흡사 오션스 일레븐과 이탈리안 잡을 비교하는 것 같은데,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하나의 도둑질(?)을 중심으로 좀 더 캐릭터에 초점을 둔 영화였던 것이 좋았다. 그리고 맛깔나는 조연들이 영화의 완성도에 더 좋은 작용을 했음은 물론이다.

아, 그리고 광해나 늑대소년 등은… 볼 기회가 없었다. 그래서 말을 줄이려 한다. 어차피 광해는 딱 봐도 정치적인 메시지를 대놓고 내포하려는 분위기라 보기가 좀 그랬고, 늑대소년은… 그냥 좀 그래.

훨씬 더 대중을 생각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들: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어벤져스 Marvel’s The Avengers 등
슈퍼 히어로 영화들은 영화화하기가 조심스럽다. 한쪽에는 원작에 대한 충실함을 평가할 매니아층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영화 자체에 대한 완성도를 기대하는 일반 관객이 있다. 올해에는 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시도를 해본 슈퍼히어로 영화들이 꽤 있었다.

클릭하면 어벤져스 리뷰로 연결된다.

어벤져스는 내가 오랜만에 영화 리뷰를 쓰게 만든 영화였다. 어벤져스는 무려 6편 시리즈의 끝인 마블 스튜디오의 일명 ‘1단계 Phase 1’ 단계의 끝이기 때문에 기대 반, 우려 반이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감독인 조스 위던은 이러한 우려를 말끔히 벗어냈다. 화려한 볼거리는 당연히 있는 것이고, 거기에 조스 위던은 이러한 슈퍼 히어로 팀 영화의 필수인 ‘갈등과 그로 인해 더 끈끈해지는 팀워크’라는 주제를 잘 녹여냈다. 위던은 이미 어벤져스 2의 각본 작업에 들어간 상태이고, 2단계의 첫 번째 영화인 아이언맨 3 Iron Man 3는 2013년 5월에 개봉을 앞두고 있다.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클릭하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 리뷰 시리즈로 연결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는 말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미국내의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대도시들을 순회하면서 촬영한 웅장한 스케일과 컴퓨터 그래픽이 없이 대부분의 장면을 아이맥스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들은 경탄을 자아냈다. 문제는 스토리였다. 마지막 반전은 득보다는 실이 많은 반전이었고, 톰 하디의 베인 또한 히스 레저의 조커를 뛰어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정도면 3부작을 멋드러지게 마무리했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 외에도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있는데, 리부트의 전형적인 실패작으로 남을 것같다. 일단, 영화화된 첫 번째 스파이더맨이 나온지 겨우 10년밖에 지나지 않았던 데다가, 오리지널의 스토리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왔다. 좀 더 10대 로맨스 장면을 넣은 거 같은데, 누가 슈퍼 히어로 영화에서 그런걸 기대하던가? 넘어가자.

다른 영화들

  • 본 레거시: 워낙 기대치가 낮아서인지 생각보다는 재밌게 봤다. 근데 확실히 원래 3부작, 특히 얼티메이텀의 질에는 확실히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뭔가… 빠져있다. 확실하게 지목을 못하겠네.
  • 셜록 홈즈: 그림자 게임: 첫 휴가때 기대를 많이 하고 봤었는데, 끝이 어떨지를 아니까 좀 재미가 떨어지더라. 영상미는 꽤 좋았다.

올해의 영화 2012

클릭하면 스카이폴 리뷰로 연결된다.

바로 스카이폴 Skyfall이다. ‘뭐.. 뭐야’라고 하시는 분들 많으리라 본다. 2012년이 시작됐을 시점부터, 이미 올해의 영화 후보들은 줄을 서고 있었다. 확실한 것은 스카이폴은 애초에 그 후보중 하나가 아니었다. 전작인 퀀텀 오브 솔러스 Quantum of Solace의 반응이 뜨뜻미지근했던 데다가, 007 시리즈를 제작하던 MGM사가 도산을 해버리는 바람에 제작이 무한정 연기되었다가 소니측의 투자를 받으면서 기사회생을 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져도(Skyfall)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했던가. 시리즈 50주년을 맞는 2012년에 개봉한 스카이폴은 007 시리즈의 전통을 지키면서도 과감하게 뿌리치는, 007 시리즈에서는 흔하지 않은 한 편의 수작을 완성시켰다. 스카이폴은 제임스 본드가 이 세상에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되었고, 이어 역대 최고의 007이라는 찬사를 받게 되었다. 스카이폴은 50주년을 맞는 007 시리즈에 걸맞는 영화였고, 앞으로도 새로운 007 시리즈를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 이후…
2013년에도 다양한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리스트를 쭉 나열해보면, 이번주에 개봉하는 호빗: 뜻밖의 여정이 있고(일정상 올해 내로 이 영화를 보기는 어려울 거 같아 뺐다), 2월에는 무려 5편째를 맞이하는 다이하드 A Good Day to Die Hard, 4월에는 톰 크루즈의 SF영화 오블리비언 Oblivion, 5월에는 아이언맨 3 Iron Man 3와 스타 트렉 속편 Star Trek Into Darkness, 6월에는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에 참여한 슈퍼맨 리부트작 맨 오브 스틸 Man of Steel과 브래드 피트가 인기 소설을 영화화했다는 월드 워 Z World War Z, 7월에는 울버린 속편, 11월에는 토르 2 Thor: The Dark World와 헝거 게임 2 The Hunger Games: Catching Fire (사실 1편도 못 봤다) 등 굵직한 영화가 출격을 대기하고 있다. 내년도 볼 영화가 많겠군 그래. 안 그래도 올해 못본 것들도 끝내야할 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