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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Column] 카카오톡 사태의 진정한 문제는 “대응”

당신의 대응, 이게 최선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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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페이스북을 뒤적거리다 본 글이다. (신변보호 차원에서 저자 이름은 가렸다.) 아마 내 생각엔 카카오톡 개발자 분이신 것 같은데, 억울함을 참으로 절절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에 이 분은 이 사태의 본질이 어디로 옮겨갔는 지 잘 모르시는 것같다.

그래, 이 분 말마따나 이 사건의 발단은 정부 쪽에서 시작되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부터, 검찰의 유언비어를 감시하겠다는 말 등등에서 시작한 건 맞다. (대략적 사건 개요는 여기에서) 이 분은 이후의 사태를 자기들(만약 이 분이 카카오에서 일하신다면)의 말을 듣지 않고 그냥 사태를 지네들끼리 양산한 언론과 지식인들(물론, 기레기들이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닌 건 사실이다만)이 잘못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이 사태를 매우 크게 키운 건 카카오톡의 이후 대응이었다.

작년에 미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모두가 아시는 에드워드 스노든 사태다. NSA가 미국의 IT 기업의 서버에 백도어를 설치해두고 모든 통신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이 스노든의 주장이었다. 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미 IT 기업들은 곧바로 발끈했다. 자신들은 NSA의 백도어를 설치하지 않았다며 적극 주장하고 나섰다. 그리고는 바로 투명성 보고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애플과 구글은 iOS 8과 안드로이드 L부터는 자신들조차 사용자의 기기 컨텐츠를 못 들여다보게 OS를 뜯어고쳤고, 이는 FBI(국장)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심지어 트위터는 자신의 투명성 보고서의 내용 일부분을 미 법무부가 공개하지 말라고 압박을 넣자, 오히려 법무부를 고소하기도 했다. 모두 정부의 요구보다 사용자의 사생활 보호를 최우선하는 결정들이다.

이 모든 대응들과 카카오톡의 대응을 한 번 비교해보자. 카카오톡의 첫 대응은 “법적인 절차에는 협조할 수밖에 없다.”였다. 정말? 그 다음에 개인 정보 제공 건수에 대해서 물으니 “수사기밀이라서 공개할 수 없다”고 한다. 순간 난 여기서 카카오톡이 공기업인가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다. 왜 검찰이 할 얘기를 너희들이 하고 있는 거냐? 이 때 내가 든 생각은, “과연 카카오톡은 사용자를 위한 대응을 했는가?”라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보면 속된 말로 검찰의 실드를 쳐준 거밖에 되지 않는다. 정상적인 사용자를 위한 기업의 마인드였으면 애플이나 구글, 트위터처럼 했어야 했다. 적극적으로 사용자들을 보호했어야 했다. 그래야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아, 내 사생활을 위해 이 정도까지 신경써주는구나”라고 생각하고 더 신뢰하게 될테니까.

위의 저 분은 이어 텔레그램의 보안 문제도 열심히 까기 시작하시는데, 뭐 그래, 내가 잠깐 사용해봤지만 텔레그램도 모두가 극찬할 만큼 좋은 메신저는 아니다. (난 마음 편하게 아이메시지 쓰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이 문제의 주제가 아니다. 이 분은 왜 사람들이 카카오톡에서 이탈해서 텔레그램으로 가고있는 지를 모르시는 것 같다. 이것은 더이상 어느 메신저가 더 보안에 강하냐의 문제가 아니다. 카카오톡의 미흡한 초기 대응은 사용자들에게 공포를 심었고, 이 공포는 곧 카카오톡에 대한 신뢰의 하락을 불러왔다. 그렇게 신뢰 다 까먹고 저런 변명을 한다 한들, 누가 들어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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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카카오는 어제 사과문을 앱 공지사항에 올리고, 향후 정책을 공개했다.
(직접 캡쳐)

결국 어제 카카오는 보도자료와 앱 공지사항 형식으로 사과문을 게시했다. 사태 발생 1주일이 넘어서였다. 이는 메시지의 서버 보관 기간을 2-3일(실제로 압수수색영장이 처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라고)로 단축하고, 차후에는 수신 확인이 뜨는 순간 서버에서 삭제, 암호화, 원격 삭제 등을 제공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름이 뭐? “외양간 프로젝트?” 이게 반성의 의미인 거냐? 이런 상황에서도 개그를 치고 싶은 건가? 그것도 모자라, 일부 사람들은 전혀 반성의 기미를 안 보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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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이 대응이 병맛같았으면 저 트윗이 1,400 리트윗을 넘었겠는가.

 결론적으로 정부의 구시대적 검열(?) 정책이 이 사태를 시작한 건 맞다. 그러나 저 위의 글을 쓰신 분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 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언론이 부추긴 것도 없지않아 있고, 우리나라의 정국이라는 특수한 상황도 있다. 하지만 그걸 방임하고, 대응을 그런 식으로 한 것은 명확히 다음카카오의 잘못이다. 그리고 저 특수한 상황을 사람들이 이해해줄 거라 생각한 것도 오산이다. 그걸 무조건 언론 탓으로 돌릴 상황은 아닌 것이다. 이것이 잘못된 인식이건 아니건, 미적지근한 대응을 하는 사이에 사람들의 신뢰는 바닥을 친 것으로도 모자라 무덤을 파고 있으니까.

마지막은 윤지만님의 글에서 인용해보도록 하겠다.

이제 디지털 검열과 프라이버시 문제는 더 이상 다른 나라의 일이 아니다. 누군가는 다른 나라가 아니라 한국에서 일어난 일이니 정부의 요구에 카카오톡도 어쩔 수 없었을 거라고 얘기한다. 어쩌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카카오톡이 경쟁해야 하는 상대가 한국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다. 카카오톡이 어쩔 수 없다고 대답하는 순간, 사람들은 더 안전한 다른 메신저로 떠나버린다. 다른 메신저 대신 카카오톡을 쓰라고 해도 부족할 판에 반대로 등을 떠밀어서야 되겠는가. 카카오톡에 진지하게 묻고 싶다. 지금의 대응으로 사람들이 카카오톡을 떠나고 나서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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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Touch] 시계로서만 써본 모토 360.

정말 손목시계같은 삶을 살 수 있을까?

내 티쏘 PRC-200 손목시계의 배터리가 죽었다. 작년 8월에 샀으니 그랬을 만도 하다. 그런데 마침 우리집에 모토 360이 도착했다. 내 건 아니고, 누가 나를 통해서 배송받기 위해 주문을 여기로 한 것이다. 즉, 배송대행이다. 게다가 주인은 한 번 써보라고도 했겠다, 나는 모토 360의 박스를 뜯어보았다.

그러나 독자분들이 아시다시피, 나는 골수 아이폰 사용자다. 서브 기기로 넥서스 폰 하나를 들여올까란 생각은 늘 했었지만 늘 재정상의 이유로, 그리고 몇 년 전에 폰 두 대를 들고 다니면서 골치아픈 경험을 겪었기에 그러지는 못했다. 그리고 모토 360은 안드로이드폰하고만 연결되는 안드로이드 웨어 기기다. 이 어색한 공존은 과연 가능할까?

셋업

막 뜯은 모토 360에 전원을 넣어보았다. 그런데 웬걸, 첫 단계부터 난관이다. “휴대전화에 Android Wear를 설치하세요.” 물론, 안드로이드 웨어 기기와 스마트폰을 연동시켜주는 이 앱은 iOS 앱 스토어에는 없다. 무조건 안드로이드폰이 필요하다. 룸메이트의 갤럭시 탭을 빌려보려 한다. 버전이 4.2.1이다. 안드로이드 웨어 앱은 4.3부터 지원한다. 플레이 스토어에 검색 결과도 안 뜬다. 그날 마침 다른 친구가 우리집으로 오기로 했었다. 그 친구에게 전화를 해본다.

쿠도: “네 폰(갤럭시 S4) 안드로이드 버전 얼마냐?”
친구: “나? (뒤져본다) 4.4.2.”
쿠도: “오 굳… 나 잠깐 폰 좀 빌려도 돼?”

그동안 나는 26%밖에 없는 (설치하라는 화면에 배터리 잔량을 표시해준다. 세심해라) 360의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박스 구성품 중에 있는 무선 충전 독을 꺼낸다. 다행히도 독의 끝은 마이크로 USB다. 충전기는 뜯지 않고 독만 뜯어 내 앵커 USB 충전기에 남아도는 마이크로 USB 케이블과 연결하고, 독 위에 360을 살짝 올려놓으니 충전을 시작한다. 충전 속도는 꽤 빠르다. 320mAh(iFixit에서 뜯어본 결과는 더 작았다지만, 일단 그렇다 하자)의 배터리를 40W짜리로 충전하니 당연한 건가. 친구가 도착할 때쯤에 이미 충전은 완료되어 있다. 친구의 갤럭시 S4를 빌려 빠르게 안드로이드 웨어 앱을 설치하고, 이를 통해 기본적 셋업을 완료한 후, 친구의 폰에서 앱을 지워서 돌려줬다. 이로서 기본적으로 시계로 쓸 준비는 완료되었다.

디자인

모토 360이 엄청난 화제를 뿌리고 다닌 것은 디자인 덕분이었다. LG의 G 워치와 함께 공개된 360은 실제 손목시계를 닮은 둥근 디자인으로 화제를 몰고 다녔다. (덕분에 같이 공개된 LG G 워치는 그냥 버로우. 결국 LG는 급하게 둥근 화면의 R을 이번에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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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 360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

모토 360의 둥근 디자인은 확실히 이 시계의 진짜 정체를 숨기는 데 도움이 된다. 내가 360을 차고 돌아다닐 때, 거의 아무도 처음에는 360이 여타 시계와 다른 녀석이라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다. 일부 사람들만이 시계가 보통 때는 아무것도 안 보여주는 것을 보고 이게 스마트워치라는 걸 알아챘다.

모토 360은 생각보다 컸다. 내 티쏘 시계보다도 지름이 크다. 화면도 화면이지만 보드를 어떻게든 우겨넣으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그래도 내 얇은 손목에는 꽉 매지 않으면 약간 들린다. 360의 화면 자체는 완전한 원형이 아닌 아래에 작은 베젤이 있는 형태인데, 모토로라는 베젤을 두껍게 하고 완전한 원형 화면을 택하느냐, 아니면 베젤을 완전히 얇게 하고 원형 화면을 포기하느냐의 고민에서 후자를 선택했다. 내가 보기엔 잘한 결정같다. 얇은 베젤이 정말 보기 좋거든. 그리고, 생각보다 무게도 상당히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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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 옛날 스마트폰 화면을 보는 듯한 기분이다.

화면은 아주 뛰어난 편은 아니다. 205PPI짜리 LCD인데, 시간을 보려고 유심히 보면 화소가 보인다. 그리고 색재현율이나 주광 시야도 요즘 패널(특히 요즘 메인 스마트폰으로 쓰는 아이폰 6)에 비하면 조금 뒤쳐진다. 커버 유리의 가장자리는 굴절 때문에 화질 왜곡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정도 디자인의 하드웨어를 249달러로 내놓아준 것에 대한 약간의 희생으로 판단해야 할까. 그리고 360은 안드로이드 웨어 스마트워치 중 유일하게 조도 센서가 탑재되어 주변 광량에 따른 자동 밝기 조절이 가능하다. 이 센서는 화면 컨트롤러와 함께 아까 말한 아래의 작은 베젤에 위치하고 있다.

현재 나오는 모토 360은 가죽 시계줄이 기본으로 묶여서 나오는데, 360의 바디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다소 떨어뜨린다. 매우 값싼 가죽이거나, 가공을 매우 저렴하게 한 기분이다. 안쪽에는 극세사 처리를 해놓아 손목과 닿는 부분은 느낌이 좋지만, 겉에 있는 가죽은 처음에 매우 뻣뻣해서 처음에는 손목에 차기가 힘들 정도다. 하루이틀 정도 지나면 무슨 군화처럼 연화가 되어 유연해진다. 곧 메탈 시계줄도 나온다 하니, 그건 좀 기대해볼 만할 것 같다.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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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 360은 터치가 주요 인터페이스다.

모토 360의 화면을 깨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모션 센서를 통해 깨우는 방법인데, 늘 먹히지는 않는다. 특정 동작을 통해서만 화면이 자동으로 켜지는 것 같은데, 아직도 동작이 어떤 종류인 지는 헷갈린다. 어떨 때는 원할 때 화면이 안 켜지고, 어떨 때는 원하지 않을 때 화면이 켜지기도 한다. 다른 방법으로는 옆의 크라운을 누르거나, 화면을 탭하면 된다. 화면을 탭하는 방법은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긴 하다. 특히 잘못된 터치로 시계가 지 혼자 화면이 켜진 적도 이따금씩 있었기에 더더욱 그렇다.

일단 화면이 켜지면 시계가 제일 먼저 반긴다. 모토로라는 다양한 시계 디자인을 기본적으로 제공하고 있으며, 연동 앱을 통해 색깔 등을 바꾸고, 더 많은 디자인을 내려받을 수 있다고 한다. 당연히 그건 시험해보진 못 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 시계도 같이 띄워주는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데, 시계 자체에서 서울을 설정하는 게 불가능해서 포기하고 썼다. (역시 앱에서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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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 360의 만보계 앱은 일주일 간의 걸음 수를 캐싱해서 보여준다.

안드로이드폰과의 통신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크게 시계 관련 기능 (시계, 스톱워치, 타이머, 알람)와 만보계, 그리고 심박 센서다. 아마 여기서 측정한 데이터를 폰으로 전송시킬 수 있을 듯한데, 당연히 그건 테스트해보지 못 했다. 만보계의 경우 일주일치 정보를 폰과 동기화하기 전에 캐싱해두고 있으며, 그 정보를 그래프로 표시해준다. 심박 센서 또한 주기적으로 사용자의 심박을 측정해 그 날의 심박수를 수치화해 보여준다. 물론, 따로 심박수를 측정해 기록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이 두 가지 기능이 다른 메뉴에 따로 심어져있어(전자의 기능은 심박 센서 앱에, 후자 기능은 만보계 앱에 붙어있다) 처음엔 이 둘의 차이가 뭔 지를 몰라 헤맸다.

결국 얘도 안드로이드 웨어 기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UI는 구글의 것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웨어의 UI에 스킨을 씌우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 UI, 정말로 헷갈린다. 처음에는 대체 어디로 밀어야될 지 몰라서 많이 헤맸다. 나중에야 익숙해지지만, 익숙해진다는 것이 곧 이해한다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몇 개의 기능만 쓰는데도 익숙해지는 데 이틀은 걸렸으니, 완전한 안드로이드 웨어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지려면 한 1주일은 걸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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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 360은 Qi 무선 충전 방식을 쓴다. 기본 제공되는 독 말고도 써드 파티 충전 패드로 충전할 수도 있다.

그리고, 문제의 배터리가 있다. 모토 360이 해외 리뷰들에서 자비 없이 까인 부분이 배터리인데, 여기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일단 스마트워치의 배터리 용량은 크기 때문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고, (모토 360의 경우 320mAh) 모토로라가 거기에다가 단가 절약을 위해 무려 4년 전에 나온 45nm짜리 공정의 TI OMAP3 프로세서를 가져다 썼다는 것이다. (프로세서의 공정이 작을 수록 전력 효율이 올라간다. 참고로 애플이 아이폰 6에 쓰는 A8은 20nm.)

모토 360을 처음 쓰기 시작한 날에는 그 악명을 제대로 떨쳐주었다. 6시간동안 1/3이 증발한 것이다. 대충 계산하면 18시간 정도면 배터리가 사망할 것이라는 것이었다. 다행히도 그 다음부터는 훨씬 더 오래 버텨주었다. 통신 기능을 꺼놓은 상태에서는 웬만하면 배터리가 하루 이상은 갈 수 있을 듯하다. 물론 통신을 켜는 순간 그 수명은 순식간에 줄겠지만 말이다. 이후에 모토로라에서도 배터리 효율을 개선하는 펌웨어를 내놓았다고 하니 좀 나아졌기를 바란다.

애플 워치가 더 기대되는 이유

IT의 발전방향에 대해 토론을 하다보면 늘 나오는 문제는 바로 새 기술을 사람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냐는 것이다. 웨어러블의 다양한 방향을 생각해보면 이 문제가 바로 대두되게 된다. 구글 글래스는 특히 이 문제에서 홍역을 많이 치뤘었다. 앞에 달린 카메라로 인한 사생활 침해 문제, 운전중 시야 분산 등등 다양한 논란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스마트워치는 이 문제에서 좀 더 자유로운 편이다. 기본적으로 시계라는 기본적 폼 팩터를 타고났으니 거부감이 훨씬 적고, 늘 차는 사람들은 시계가 있는 삶이 익숙하다. 웨어러블의 미래는 결국 스마트워치 쪽이 될 것이 자명하다.

물론 스마트워치가 가진 숙제도 있다. 일단, 배터리다. 배터리 기술이 토니 스타크의 아크 원자로 수준이 되지 않는 한, 스마트워치의 배터리는 하루이틀 정도면 사망할 것이다. 결국 프로세서 효율에서 이를 승부하는 수밖에 없다. (애플 워치는 필요한 경우 아이폰의 프로세서를 빌려 작업을 처리할 수도 있다고 한다.) 다른 문제는 바로 시계와 IT 기기의 근본적 정체성의 차이점이다. IT 기기의 성격상 스마트워치는 기술의 발전 등을 이유로 일반 시계보다 수명이 더 짧을 수밖에 없다. 또한, 대부분의 제조업체들이 스마트워치를 기기로서 광고한다는 것도 일반 사람들에게서 관심을 끌기엔 좋은 전략은 아니지 않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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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워치.
(출처: Apple)

이런 점에서 이번에 공개된 애플 워치는 기대가 된다. 일단, 애플은 워치를 기기라기보다는 시계의 관점으로 만들었다는 점이 보인다. 옛날 한 모델을 고수했던 애플답지 않은 두 가지 크기에, 세 가지 바디 피니시, 그리고 여섯 가지의 밴드 등 다양한 개인화 요소들이 돋보인다. 또한 디지털 크라운은 애플이 얼마나 기존 손목시계에 대한 오마주를 보이고 있는 지 잘 보여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조니 아이브가 그토록 싫어하는 스큐어모피즘의 귀환이기도 하다.) 그리고, 내 메인 폰은 아이폰이라는 것도 크다. 어떠한 연결 기능이 없음에도, 모토 360은 나에게 스마트워치에 대한 잠재력을 보여줬다. 애플 워치는 여기서 그 잠재력을 얼마나 더 끌어올릴 수 있을 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모토 360에 대한 내 평을 하자면 이렇다. 안드로이드폰을 가지고 있고, 만약 지금 당장 스마트워치가 필요하다면, 360은 현재로서는 최고의 선택이다. 그러나 나는 좀 더 기다릴 것을 추천한다. 모토 360이나 안드로이드 웨어 모두 뭔가 완전한 완성은 아닌 기분이기 때문이다. 아이폰 사용자들은 일단 애플 워치가 어떻게 나오는 지 지켜보도록 하자. 이제 스마트워치는 막 시작했다. 이 시장이 어떻게 발전하게 될 지, 꽤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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