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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이 글은 아이폰에서 작성됐습니다.)

원래 KudoAwards 시상식과 함께 새해인사를 드리려 했는데, 개인 사정으로 포스트가 올해를 넘기게 되어 죄송할 따름입니다.

2013년은 개인적으로 큰 일이 많았던 해입니다. 2년의 기나긴 군 생활도 끝냈고, 개인적으로도 1년간 준비했던 일 또한 끝났습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리라…)

이렇게 긴 한 해를 보내고, 2014년이 우리 앞에 있습니다. 올해 힘든 일이 많으셨다면 깨끗이 잊으시고 2014년을 기대하시길 바라고, 올해 좋은 일이 많으셨다면 그 페이스대로 2014년에도 화이팅하시길 바랍니다.

2013년에 쿠도블로그와 쿠도블러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저로서도 과분한 관심이었던지라 조금 당황하기도 했지만, 2014년에도 쿠도네트워크의 행보, 많이 기대해주시고, 계속해서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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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Touch: Sony PlayStation 4

선택과 집중.

지난주에 게임중독법이 난리인 가운데 소니의 최강 마약 살포제 플레이스테이션 4 (PlayStation 4, 이하 PS4)가 출시되었다. 경쟁제품인 마이크로소프트 엑스박스 원은 아직 국내 출시가 불투명한 가운데, 어제서야 PS4를 만져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물론 그걸로 줄곧 게임만 해대서 기기 자체를 제대로 살펴볼 기회는 없었지만, 뭐 살다 보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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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듬히 누운 면의 폭이 아이폰 5s의 폭과 맞아떨어진다. 그만큼 얇다.

PS4의 디자인은 1세대기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작은 편에 속한다. 콘솔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얇아지고, 더 작아진 세대가 나오기 마련인데, (PS3도 이후에 2세대 슬림, PS4에 맞춰 3세대 슬림이 나왔다.) 이미 PS4부터 상당히 작다. 이게 작으냐고 물으시는 분들은 기회가 되면 1세대 PS3와 비교해보시면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실 거다. 전면에는 USB 3 포트가 두 개 있는데, 이는 보통 듀얼쇼크 4 컨트롤러를 충전하는 데 쓰인다. PS4는 가로로 눕히든 세로로 세우든 어느 방향으로든 문제없이 쓸 수 있는데, (내가 시연한 환경은 세로로 놓고 쓰고 있었다.) 이왕이면 가로가 안정적이긴 하다. 최소한 PS4는 선택이라도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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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쇼크 4는 예전에 비해 그립부를 두툼하게 만들어 잡기 더 좋게하려고 노력한 점이 보이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그리고 이제 듀얼쇼크 4를 살펴보자. PS3 때 특허 문제가 생겨 진동을 뺀 SIXAXIS라는 흑역사를 만들었던 때와 달리, PS4에는 듀얼쇼크 4를 기본 컨트롤러로 선택했다. 전체적으로 듀얼쇼크 3보다 좀 더 두툼해진 느낌이다. 아무래도 기존 듀얼쇼크 디자인이 너무 얇아서 장시간 잡고 있으면 손이 아파져 오는 것을 의식한 듯하다. (편하게 꽉 잡고 있지를 못하니 손이 아파져 오는 것.)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두껍게 하고도 여전히 엑스박스 컨트롤러에 비하면 좀 불편하다. 특히 트리거 버튼을 누르려고 하면 컨트롤러의 그립에서 손이 들리는 현상이 여전하다. 이는 특유의 디자인 때문에 아무리 그립 부분을 두텁게 만들어도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이긴 하다. 생각해보면 사용하는 사람의 손 크기를 많이 타는 것 같기도 하다. 손가락이 갸날픈(…) 나와 달리 사진처럼 손이 두툼한(…) PS4 주인 프렘군은 자기한텐 딱 맞는다고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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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쇼크 4의 모양은 그대로지만, 세세한 부분은 다 바뀌었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많이 바뀌었다.

듀얼쇼크 4의 가장 큰 추가적 부분은 바로 터치패드이다. 예전에 소니 로고와 스타트, 셀렉트, PS 버튼이 있던 부분에 크게 자리 잡았는데, (PS 버튼은 저 아래로 밀려나 버렸다.) 문제는… 이게 쓸 곳이 많지 않다. 게임마다 또 이걸 적용하는 여부가 다 다르다. 예를 들어, 내가 시험 삼아 플레이해본 니드 포 스피드: 라이벌에서는 터치 패드가 전혀 안 쓰이는 데 반해, (있을 수도 있는데, 내가 파악한 바와 PS4 주인이 증언하는 바로는 없다.) 어쌔신 크리드 IV: 블랙 플래그에서는 지도 내비게이션에 쓰인다고 한다. 아마 PS4 독점 게임에서는 장점이 확연히 드러날 것이긴 하나, 멀티플랫폼 게임에서는 별다른 장점을 부각하진 못한다.

충전 방식은 듀얼쇼크 3 때에는 미니 USB였는데, 4는 마이크로 USB로 변경되었다. 소니가 표준을 따르는 몇 안 되는 경우 중 하나다. 그나마 요즘은 카메라에도 마이크로 USB 충전 기능도 더하고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듀얼쇼크 3 때 하도 너덜너덜해져서 욕을 먹은 트리거도 4에서는 내구성을 상당히 보강한 모양새다. 앞쪽 아래에 있는 거대한 LED는 플레이어 인식용으로, 색이 바뀐다. 또한, 듀얼쇼크 4는 PC에도 추가적 드라이버 없이 호환된다고 하는데, 사용하는 API가 구형이라 호환되지 않는 게임이 꽤 된다고 한다. 그냥 PC용 컨트롤러 용도로 쓰실 거면 싸게 엑스박스 360용 유선 컨트롤러 하나 구하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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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4의 인터페이스 (출처: 소니 보도자료 via InsidePlayStation)

WebGL로 구현해 화제가 된 UI는 약간 달라졌지만, PS3의 그것과 상당히 유사한 구조를 보인다. 따라서 PS3를 쓰시던 분이라면 크게 헷갈릴 것 같지 않다. 또 다른 흥미로운 부분은, 컴퓨터처럼 멀티 계정 지원에, (이건 사실 PS3 때부터 있었다.) 무려 계정별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도 있다는 점. 보안에 신경을 쓴 부분이 보인다. (PSN 관리나 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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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4의 아키텍처 구조. (출처: Bradford Taylor)

올해 공개된 두 차세대기의 특징은 모두 PC와 같은 x86 아키텍처를 쓴다는 점이다. (엑스박스 360은 맥이 예전에 썼던 파워PC, PS3는 셀 아키텍처를 썼다.) 이는 PC 개발에 익숙한 개발자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소식이다. 실제로 어쌔신 크리드 4 같은 경우, PC 버전을 먼저 최적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기 버전을 개발했을 정도로 PC와 차세대기 버전의 상호 개발이 상당히 쉬웠다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PC판은 나중에 나왔다는 소식입니다. 물론 차세대기 버전도 출시 일정 때문에 비슷한 때에 나오긴 했지만.) CPU와 GPU 모두 AMD의 것을 썼는데, CPU는 8코어짜리 재규어 커스텀 CPU, GPU는 차세대 라데온 칩이라고 한다.

그럼 이제 실제로 게임을 해보자. 시간의 제약 때문에 해본 게임은 니드 포 스피드: 라이벌 하나였는데, 그래픽이 확실히 현세대기에 비해 나아진 모습을 보인다. 일단 1080p를 기본으로 지원하다보니 해상도면에서 전세대보다 더 유리해졌고, 니트로를 쓸 때의 배기구에서 나오는 불과 아지랑이 효과 등 세세한 그래픽 효과가 많이 추가되었다. 그러나 이 게임에 한정인 문제인지는 몰라도, 프레임 저하가 있는 구간이 간간이 보이긴 했다. 아무래도 실험적으로 다양한 그래픽 효과를 넣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1080p로 초당 60 프레임을 약속한 소니에게 약간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지금은 초기라는 것이다. 개발자들이 개발 노하우가 쌓이면 게임의 그래픽 효과나 전반적 성능이 향상될 가능성은 언제든지 남아있다. 실제로 PS3는 셀 프로세서가 작업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아키텍처라 최적화 요령을 익히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는 후문이 있다. PS4는 PC와 같은 아키텍처를 공유하기 때문에 그 기간도 훨씬 줄어들 것이라 기대한다.

처음에 PS4에서 내가 제일 이해가 안 됐던 것은 바로 소셜 기능이다. 듀얼쇼크 4에 기존의 셀렉트 버튼을 밀어버리고 공유 버튼이 추가되었을 정도로 이러한 공유 기능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나는 이 때문에 상당한 SNS 공유 기능이 탑재된 것으로 생각했고,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생각인 지 글도 썼었다. (다행인 것은, 군인 신분이었던 지라 일정이 꼬여 이 글은 출판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공유 버튼은 사실 PS4의 게임 영상 공유 기능을 활성화한다. 그 이전까지 콘솔의 게임 영상을 녹화한다는 것은 전문 장비를 갖춘 관련 미디어에서나 할 수 있을 정도로 까다로운 작업이었다. (콘솔의 영상을 따서 특수 컨버터에 연결하고, 그걸 컴퓨터에 연결해서 녹화하는 방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도 검색해봤었거든.) PS4는 이제 이 모든 것을 콘솔 내에서 처리한다. 동영상 디코딩/인코딩을 담당하는 ARM 보조 프로세서 덕분에 게임을 하는 도중이어도 게임의 성능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PS4는 게임플레이를 항시 녹화하고 있다가 공유 버튼을 누르면 그 시점으로부터 15분 전까지의 영상을 올릴 수 있다. 이제는 이러한 게임 영상 공유가 좀 더 쉬워진 셈이다. 그러나 그 공유 버튼을 만들자고 기존의 듀얼쇼크 버튼 배치를 모두 바꿔버린 게 과연 옳은 것인지는 좀 생각해봐야 할 듯하다.

하위호환은 현재로서는 없다고 보면 된다. 일단, 네이티브로는 지원이 안 되고, 소니는 가이카이의 스트리밍 기술을 이용해 PS3 게임을 스트리밍 해서 하위호환성을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서비스는 내년에 할 예정. 문제는 이 말도 공식적으로 제대로 한 적은 없고, 에둘러 표현했다는 점.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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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4는 게이밍에 최적화된 ‘게임기’다.

사실 현세대기인 엑스박스 360과 PS3는 목적이 거의 비슷한 기기였다. 그래서 좀 더 북미 사용자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헤일로라던가 헤일로라던가…)를 제공한 엑스박스 360의 승이었다. 하지만 차세대기의 양상은 좀 다르다. 이제 두 콘솔이 향하는 곳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엑스박스 원은 게임뿐만 아니라 아예 여러분의 TV를 점령하려 한다. (그런데 여전히 케이블 셋톱박스 연결은 필요하다는 게 아이러니. 이 글을 쓰면서 아이튠즈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도 원더걸스의 아이러니. 응?) 그에 반해 PS4는 소셜 기능 등만 봐도 게임기로서의 본분에 충실하려 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헤일로를 좋아라함에도 불구하고, PS4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그러나 나라면, 특히 현세대 콘솔을 가지고 있다면, 아직 차세대 콘솔을 사지는 않겠다. 아직 바로 달려나가서 당장 사야 할 만한 메리트가 없다. 멀티플랫폼 게임들은 대부분 현세대기 버전이 있고, 차세대기 독점 타이틀도 아주 구매욕을 끌어당길 만한 타이틀은 없다. 그러한 타이틀들은 거의 모두 내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나라면 내년까지 기다리겠다. 그러면, 대강 어떤 콘솔을 살지 결정을 제대로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때 가서도 PS4를 선택하게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