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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아이폰 X

용감한 신세계

2007년에 등장한 이후, 아이폰은 세계를 바꿨다. 아이폰만큼 애플이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준 제품도 드물다. 플립폰이나 슬라이더폰을 쓰던 사람들은 점점 앞이 화면으로 채워진 손 안의 컴퓨터를 들고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폰이 다시 만들어낸 스마트폰을 통해 트위터, 인스타그램,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서비스가 등장했고, PC가 중심이던 정보화시대는 빠르게 다양한 기기가 한데 어울리는 멀티 디바이스 시대가 되었다.

세상은 바뀌었지만, 아이폰은 대체로 그대로였다. 화면이 더 커지고, 프로세서는 더 빨라졌으며, 카메라의 성능도 나아졌지만, 전체적인 모양과 거기서 오는 사용 방법은 거의 비슷했다. 디자인의 세부적인 부분은 바뀌었지만, 기본 공식은 사실상 그대로 유지됐다.

그리고 10년 뒤인 지금, 나는 앞에 홈 버튼이 없는 스마트폰을 쓰고 있다. 갤럭시 노트 8이냐고? 여전히 아이폰이다. 10주년을 기념하는 아이폰 X일 뿐. 그리고 이 녀석을 영어 표현으로 얘기하자면? Brave new world. 즉, 용감한 신세계다.

디자인

위에서도 얘기했지만, 지난 10년 동안 아이폰 디자인의 기본적인 공식은 똑같았다. 특히 전면은 지난 10년 동안 배치가 바뀐 것이 거의 없다. 위아래의 베젤, 위에는 수화기와 센서, 아래에는 홈 버튼, 그리고 가운데를 채우는 디스플레이. 나중에 페이스타임 카메라가 추가되고, 아래의 홈 버튼에는 지문 인식 기능인 터치 ID가 추가됐지만, 전체적 모양은 단 두 달 전에 먼저 출시된 아이폰 8까지 변하지 않았다. 이러한 일관적인 디자인 공식은 사람들이 앞만 봐도 “아이폰이구나”라고 할 수 있는 독창성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아이폰 X은 그 디자인 공식을 완전히 바꿔버린다. 아이폰 X의 전면은 화면으로 (거의) 꽉 채운다. 사실 요즘 많이 따진다는 본체 대비 화면 넓이 비율을 보면 아이폰은 82% 수준으로, 경쟁사의 스마트폰보다 1-2% 정도 낮은 수준이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 앤디 루빈이 만들었다는 에센셜 PH-1이 84%로 수치가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이폰 X은 이러한 경쟁사 폰들보다 화면이 더 넓어 보이는 효과를 가지는데, 이는 매우 영리한 디자인 전략 덕이다.

대부분의 이러한 ‘베젤리스’ 스마트폰들은 전면 카메라나 센서들이 넣을 자리를 만들기 위해 위아래에 아주 얇은 상하 베젤(영미권에서는 이를 이마 forehead와 턱 chin이라고 한다)을 배치한다. 디자인의 대칭을 유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아이폰 X은 이 대칭의 법칙을 무시하고 아래에 턱을 넣지 않았다. 덕분에 위의 센서 하우징 부분을 제외하고는 디스플레이가 기기 모서리의 곡면과 완벽히 평행인 디자인이 만들어진다. 이러한 평행성 덕분에 화면이 정말로 기기를 꽉 채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러한 디자인은 실제로 보면 다른 베젤리스 스마트폰과 확연히 다른 느낌을 가져온다. 이 정도 수준의 디자인을 대량으로 찍어낼 수 있었다는 게 대단할 정도다.

그러면, 아이폰 X의 디자인을 얘기하면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인 센서 하우징 부분을 얘기할 때가 된 것 같다. 프리뷰에서도 얘기했지만, 실제로 아이폰 X을 사용할 때는 크게 거슬리지 않는다. 오히려 전면을 거의 꽉 채운 화면의 모습에 압도돼 센서 하우징의 존재감은 녹아 없어진다. 물론 아이폰 X의 디자인 과정에서 센서 하우징은 일종의 필요악이었을 것이지만, 애플은 오히려 이 부분을 나름 영리하게 활용한다. 어차피 센서 하우징으로 인해 생기는 양쪽의 귀는 실제 콘텐츠를 표시하기엔 부적절하니 시스템 아이콘을 표시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기존의 메뉴 바는 제어 센터 아래로 사라지고, 귀에는 시간과 신호 세기, 배터리 아이콘 등 필요한 것만 표시한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다양한 아이콘들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메뉴 바가 난잡해진다는 느낌이었는데, 이렇게 정리되니 깔끔하다.

무엇보다 센서 하우징은 아이폰 X의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확립시킨다. 내가 아이폰 X을 테스트하고 다니면서 거의 모든 주변 사람들 (IT에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도) 아이폰 X을 알아봤다. (‘텐’이 아니라 ‘엑스’라고 부른 사람들은 있을지 몰라도 말이지) 애플이 과연 장기적으로 센서 하우징을 없앨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다면 과연 없앨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최소한 애플은 아이폰 X의 디자인을 통해 다양한 베젤리스 스마트폰 중에 가장 독창적인 디자인을 만들어낸 것만은 확실하다.

약간 아쉬운 점이라면, 각각의 귀에 어떤 정보를 표시하는지 설정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만약에 시계를 자주 차고 다닌다면 굳이 시계가 있을 필요는 없을 것이고, 누군가는 배터리 잔량 아이콘보다는 백분율을 보고 싶어할 텐데, 이걸 제어할 수 없는 건 아쉽다. 또한, 센서 하우징이 사실 가장 눈에 띄는 건 가로로 동영상을 볼 때인데, 꽉 채우는 걸 선택한다면 기본적으로 센서 하우징 너머까지 화면이 꽉 채워지기 때문에 이때에는 센서 하우징이 눈에 띌 수밖에 없게 된다. 센서 하우징 부분까지 꽉 채우기 이전에 직전까지만 화면을 채우는 모드가 있으면 좋을 거 같다.

아이폰 X의 후면은 8처럼 기존의 알루미늄에서 유리로 바뀌었다. 물론 무선 충전을 지원하기 위함인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이 유리가 가장 강성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출시 이후에 진행된 낙하 테스트 등을 보면 딱히 그렇다고 보긴 힘들어 보인다. 게다가 후면 유리는 전면 유리보다도 교체 비용이 높다. 그 부분은 주의하자. 전후면의 유리 샌드위치 사이에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된 띠가 둘러져 있는데, 아이폰 8에 사용되는 알루미늄보다 강성은 더 높겠지만, 광택을 낸 표면 덕에 흠집에는 더 취약하다.

화면

아이폰이 드디어 OLED를 사용한다. 물론 아이폰 X이 애플이 처음으로 OLED를 쓰는 제품은 아니다. 애플 워치는 이미 1세대부터 쓰고 있었고, 현세대 맥북 프로의 터치 바도 OLED의 작품이다. 하지만 아이폰에 OLED를 쓰기 시작한다는 것은 애플이 드디어 이 기술을 진지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애플은 아이폰 X에 들어간 OLED를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라고 부른다. 패널 제조사인 삼성의 브랜딩인 “슈퍼 아몰레드”가 생각나는 이름이다. 하지만 애플에 따르면, 아이폰 X에 쓰이는 패널은 애플이 직접 설계하고, 삼성이 생산만 맡은 물건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삼성의 OLED와 다른 특성이 꽤 있다.

일단, 색 프로파일 튜닝부터가 다르다. 삼성이 갤럭시 스마트폰에 쓰는 OLED는 색상이 매우 화려하다. 흡사 “난 OLED요!”라고 여기저기 외치고 다니는 느낌이 강했다. 특히 초기에는 화면을 보고 있으면 눈이 시리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지금은 많이 차분해졌지만.

하지만 애플은 늘 그랬듯이 “정확한 색”을 선호한다. 그래서 아이폰 X의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도 꽤 차분한 색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존 아이폰이 쓰던 LCD보다 훨씬 높은 명암비 덕분에 색감이 더 깊다는 느낌이 든다. 특히 OLED의 특장점인 완벽한 검은색의 특성은 아이폰 X의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6:9 영상을 볼 때, 혹은 아이폰 X에 최적화되지 않은 앱을 사용할 때 레터박스가 마치 베젤의 일부인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폰 X의 OLED는 앞선 기반 기술과 애플의 정교한 색 튜닝이 합쳐진 결과물로, 최근 나온 스마트폰의 디스플레이 중 가장 좋은 인상을 남긴다.

(애플)

또한, 베젤을 줄인 아이폰 X의 디자인은 OLED 덕분이기도 하다. 하단의 기기 모서리와 완벽한 평행을 이루는 화면은 사실 OLED 패널을 접어 넣은 덕분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백라이트가 따로 있어야만 빛을 낼 수 있는 LCD와 달리 OLED는 직접 소자를 발광해 빛을 내기 때문에 이런 디자인이 가능하다.

물론 OLED의 고질적 문제점은 아이폰 X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일단, 서브픽셀의 문제인데, 아이폰 X 또한 갤럭시 스마트폰의 OLED와 비슷한 펜타일 구조를 가지고 있다. 화소 하나 아래에 RGB 서브픽셀을 모두 가지고 있는 LCD와 달리, 펜타일 구조는 주변 화소들이 RGB 서브픽셀을 서로 공유하면서 색을 낸다. 이 때문에 같은 해상도에서는 실제 화소 밀도는 LCD에 비해 떨어질 수는 있다. 다만, 애플은 이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안티앨리어싱 기술을 적용했고, 그 덕분에 딱히 선명함이 떨어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같은 화상을 표시하면 그 화상이 잔상으로 남는 번인 현상도 문제가 될 수 있는데, 특히 구글의 픽셀 2 XL이 사용을 시작한 지 고작 1주일을 넘긴 시점에서 번인이 발생해 화제를 몰기도 했다. 애플은 자동 잠금을 기본 30초로 설정하고 전면 카메라를 통해 사용자가 화면을 바라보고 있다고 판단되면 자동 잠금을 일시 해제하는 식으로 번인을 최대한 방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번인은 물리적으로 피할 수 없는 문제겠지만, 최소한 픽셀 2 XL처럼 고작 1주일 만에 번인이 발생하지는 않았다.

아이폰 X의 진보된 디스플레이 기술에는 트루톤도 기여한다.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폰 8에 적용된 트루톤은 주변 조명의 색온도에 따라 화면의 색온도를 자동으로 맞춰주는 기능이다. 아이패드 프로와 아이폰 8에는 4개의 센서를 통해 색온도를 측정한다면, 아이폰 X에는 6개가 들어가 있어서 더 정확한 측정이 가능하다. 트루톤에 대해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은 “평소에 느끼지 못한다”라는 것이다. 하지만 설정에서 기능을 꺼보면 그 차이는 명확하다.

아이폰 X(왼쪽)과 아이폰 7 플러스(오른쪽)에 같은 백투더맥 포스트를 띄웠을 때. 최대한 실제 크기로 맞췄다.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부분은 바로 애플이 5.5인치의 아이폰 플러스 모델(6/6s/7/8)보다 더 큰 화면을 더 작은 크기에 넣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아이폰 X의 5.8인치 디스플레이는 아이폰 플러스의 5.5인치 디스플레이보다 클까? 답은 예와 아니오 둘 다다. 물론 대각선 수치만 보면 아이폰 X이 더 크다. 하지만 실제 화면의 넓이는 같은 대각선 길이상에서 비율이 정사각형에 가까울수록 더 커진다. 아이폰 X의 화면 비율은 19.5:9로, 최근의 어떤 베젤리스 스마트폰보다도 세로가 상당히 긴 편이다. 이 때문에 아이폰 X 디스플레이의 실제 가용 화소 개수(274만 500개)는 아이폰 플러스(274만 2,336개)보다 약 0.07% 적다. (아이폰 플러스의 수치는 LCD 패널 자체의 해상도인 1080p로 다운스케일되기 전의 수치를 기준으로 했다)

그럼 실제로 비교해보면 어떨까? 일단 웹이나 이북, 소셜 네트워크 앱 등 세로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경우, 같은 텍스트 크기로 설정했을 때 아이폰 X이 좀 더 콘텐츠를 많이 표시했다. 하지만 이 차이는 정말 겨우 몇 글자 차이일 정도로 미미하다. 하지만 16:9 영상이나 아직 아이폰 X의 해상도에 최적화되지 않은 앱을 사용할 때에는 아이폰 플러스가 압승을 거둔다. 안 그래도 전체적인 넓이가 살짝 적은 편인데 사용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아지면서 실제로 쓰이는 화면이 작아지는 것이다.

세 달 가까이 된 리뷰 기간 동안 아직도 아이폰 X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리디북스.

그럼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만약에 아이폰 X이 플러스만큼의 시원한 크기의 화면을 제공할 거라 기대한다면, 그 기대는 접는 것이 좋다. 아이폰 X은 어디까지나 아이폰 플러스의 화면을 더 작은 크기에 넣은 것이 아닌, 기존 4.7인치 아이폰의 크기에 더 큰 화면을 집어넣은 형태이기 때문이다. 특히 아이폰 X의 가로 포인트 해상도가 아이폰 8과 똑같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375pt) 두 번째로는, 아이폰 X의 새로운 화면의 성패는 재밌게도 써드 파티 앱을 개발하는 개발자들에게 달려 있다. 이들이 얼마나 빠르게 앱을 아이폰 X에 최적화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화면 비율을 사용하는 아이폰 X의 실용성이 꽤 크게 차이 나기 때문이다. 국내 앱의 상황을 보면, 토스나 배달의 민족, 그리고 카카오톡, 카카오맵 등의 카카오 앱 등이 거의 유일하게 아이폰 X의 해상도를 제대로 적용한 상태지만, 다른 앱들은 아직 지원 시기가 미묘한 상황이다. 애플 측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다”라는 답변을 내놨지만, 지금도 일부 금융권 앱들은 4인치 해상도 지원이 끝인 마당에 대체 얼만큼의 시간이 지나야 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든다.

오해는 말자. 아이폰 X의 슈퍼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아이폰에 탑재된 가장 진보된 디스플레이고, 어쩌면 지금껏 스마트폰에 탑재된 디스플레이 중 가장 앞선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디스플레이가 진정한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가는 애플에게 달린 문제가 아니다. 모순적이지 않은가?

페이스 ID

내 친구 중에는 기존 아이폰의 터치 ID를 아예 쓰지 못하는 친구가 있다. 피부 질환으로 인해 지문이 제대로 생성돼 있지 않아 터치 ID 센서가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어찌어찌 운 좋게 지문을 등록했더라도 처음에는 잘 읽어내는가 싶더니 몇 번 하다 보면 인식을 실패하는 일이 잦아졌다. 그래서 이 친구는 우리가 지문 인식의 편안함을 경험하는 동안 여전히 열심히 암호를 입력해야 했다.

하지만, 일본에서 구해 온 아이폰 X을 써보고 나서는 신세계라고 표현했다. “지문 있는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군”이라고 말할 정도다.

물론 페이스 ID는 전면을 화면으로 꽉 채우면서 홈 버튼을 없앨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결과물일 것이다. 하지만 페이스 ID가 궁극적으로 해내는 것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생체인증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겠다.

(애플)

페이스 ID는 스마트폰에 들어간 가장 정교한 센서와 기계 학습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아마 많은 독자 여러분이 거슬려하는 센서 하우징에는 아이폰에 늘 들어가던 전면 카메라와 수화기, 근접 센서뿐만 아니라 적외선 카메라, 투광 일루미네이터, 도트 프로젝터 등의 센서가 들어가 있다. 트루뎁스(TrueDepth) 카메라 시스템이라 불리는 이 센서군은 사실상 지금은 단종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모션 컨트롤러 키넥트를 소형화한 물건이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첫 키넥트를 개발한 프라임센스를 애플이 인수해 만들어낸 물건이기 때문이다)

이 센서가 얼굴을 읽어내는 원리는 이렇다. 먼저, 적외선 카메라와 전면 카메라가 눈, 코, 입이 있는지 여부를 통해 얼굴이 있음을 인식한다. 인식이 된 후, 도트 프로젝터가 3만 개의 적외선 점을 얼굴에 뿌린다. 이 점들은 흡사 모션 트래킹 촬영과 비슷하게 얼굴을 3D로 인식하는 데이터 포인트 역할을 수행하며, 이를 심도 데이터로 변환해 기기에 저장된 데이터와 비교하는 것이다.

페이스 ID에 들어가는 기술은 스마트폰에 쓰이는 얼굴 인식 기술 중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이다. 갤럭시 S8이나 노트 8과 다르게 사진을 가져다 댄다고 뚫리지 않으며, 적외선을 주요 인식 방법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어두운 밤에도 문제없이 작동된다. (전면 카메라는 보조 용도라 대기업 환경에서 쓰는 보안 스티커를 붙여도 작동은 한다. 다만 정확도는 떨어질 수 있다)

센서가 읽어 들인 얼굴 데이터는 iOS 11의 새로운 기계 학습 알고리즘을 활용해 분석된다. 페이스 ID는 단순히 데이터를 쌓는 방식이라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오히려 부정확해질 수 있는 터치 ID(실제로 애플은 이후에 옛날 데이터는 지우는 방식으로 오차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와 달리, 얼굴을 계속해서 읽으면 읽을수록 신경망으로 데이터를 입력하고 훈련하기 때문에 인식률이 더욱 올라간다. 실제로 테스트 기간 동안 처음에 얼굴을 막 등록했을 때보다 누워있을 때 등의 상황에서 인식률이 눈에 띄게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관련 팁을 주자면, 처음에 얼굴 입력을 실패하고 패스코드 입력창이 뜬다고 해서 다시 잠근 후 잠금 해제를 시도하지 말고, 패스코드를 입력해주자. 그러면 시스템이 그게 맞는 얼굴임을 인식하고 신경망에 입력해 나중에 인식률을 더욱 개선시키는데 활용한다. (물론 완전히 다른 얼굴이 입력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어느 정도 오차 비교를 한다)

4년 동안 아이폰의 생체 인증 방식으로 사용됐던 터치 ID가 페이스 ID로 바뀌면서 많은 사람들이 의문을 가지는 두 가지 항목은 바로 페이스 ID의 편의성과 정확도다. 그래서 이 두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정확도와 보안부터 얘기해보자. 애플에 따르면 무작위의 사람이 여러분의 구형 아이폰(혹은 아이폰 8)에 장착된 터치 ID를 뚫을 확률은 약 5만 분의 1이라고 밝히고 있다. 즉, 이 세상에 있는 76억 명 중에서 약 152,000명이 여러분의 아이폰을 뚫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아이폰 X의 페이스 ID는 이 확률이 100만 분의 1로 낮아진다. 전 세계에서 단 7,600명 정도가 여러분의 아이폰 X을 뚫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치가 이 정도로 극단적으로 다른 이유는 페이스 ID가 터치 ID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 포인트를 가지고 대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닮은꼴에 대해서는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페이스 ID가 구분해낼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애플도 인정했다. 실제로 다른 매체에서 진행한 테스트 결과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성공에서 실패까지 다양한 결과를 보였다. 또한, 얼굴형이 완전히 발육되지 않은 만 13세 미만의 아이들도 페이스 ID의 시스템을 쓰기에 부적절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음은 편의성이다. 페이스 ID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가 의식적으로 추가적인 입력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앱 스토어나 애플 페이 등의 결제를 할 때는 인식 전에 측면 버튼을 더블 클릭해야 한다. (당연히 우발적인 실행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앱 내부의 잠금 해제를 할 때는 손가락을 홈 버튼에 대야 하는 액션이 생략되고, 그냥 바라보고만 있으면 잠금이 해제된다. 잠금을 해제할 때도 페이스 ID의 인식을 기다릴 필요 없이 잠금 화면에서 위로 쓸어 올리면 잠금이 해제된다. 이미 그동안 시스템이 얼굴을 인식한 것이다.

페이스 ID로 인증할 때까지 잠금 화면에서 어떠한 기능도 접근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다.

또 다른 편한 부분은 알림이다. 아이폰 X에서 잠금 화면에 오는 알림은 기본적으로 내용이 숨겨진다. 하지만 사용자가 잠금 화면을 바라보면 잠금이 해제되면서 알림 내용을 살짝 볼 수 있다. 아이폰을 잠금 해제하지 않고 빠르게 알림만 보고 싶을 때 유용하다. 다만, 아이메시지 등의 기본 앱을 제외하면 잠겨 있는 상태에서 알림을 하나로 묶어주지 않기 때문에 난잡해 보이는 문제가 있다. 어차피 알림 표시 방식은 iOS의 약점 중 하나로 꼽히는 부분이니 이참에 iOS 12에서 대대적으로 손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화면이 잠겨 있을 때는 아예 제어 센터나 오늘 보기, 알림 등을 전부 안 보이게 해둬도 사용성에 큰 지장이 없어진다. 물론 이전에도 이 설정은 존재했지만, 페이스 ID의 적용과 함께 이 보안 기능은 더욱 빛을 발한다. 어차피 얼굴만 보면 잠금이 해제되면서 숨겨놨던 것들을 모두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 X이 공개됐을 때, 개인적으로 제일 재밌었던 이야기는 한국의 한 케이블 뉴스에서 “남편이 저 자고 있을 때 얼굴로 폰을 풀어버리면 어떡하죠?”라고 말한 한 여성 앵커였다. 일단, 내 생각에는 그때 걱정해야 할 건 부부 관계가 먼저가 아닐까 싶다. 그 이전에, 아이폰 X의 페이스 ID는 사용자가 폰을 바라보고 있어야만 잠금을 해제하는 화면 주시 기능이 들어가 있으니,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페이스 ID는 터치 ID만큼이나 빠르게 잠금을 해제했다. 물론 상황이 좋지 않으면 시간이 걸리기는 한다. 거기에 느낌상 페이스 ID가 터치 ID보다 인식이 안 되는 상황, 즉 에지 케이스가 더 많아 보이기도 한다. 책상 위에 두면 특정 각도에서는 잠금을 해제하기가 힘들기도 하고, 위의 유전적 유사성을 가진 얼굴에 대한 것도 그렇다. 역시 4년 동안 완성된 터치 ID를 한 방에 대체하기엔 역부족이었을까?

하지만 확실히 페이스 ID가 더 진보된, 그리고 자연스러운 발전이다. 보안과 편의성이라는 것은 늘 상반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나도 그 의견에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동의한다. 아마 이 법칙은 깨는 것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간극을 최대한 줄이는 것인데, 페이스 ID는 그 간극을 한 발짝 더 줄인다. (말은 많지만) 객관적 수치로는 보안 수준이 더 높으며, 손가락을 올려야 하는 중단 단계까지 없애면서 편의성에서도 한 단계 진보했다. 아직은 초창기의 기술이긴 하지만, 얼굴 인식을 이 정도로 완성했다는 것 자체가 상당히 놀랍다.

제스처

홈 버튼이라는 것은 아이폰의 아이덴티티였다. 물론 전반적 디자인에 있어서 둥근 홈 버튼은 사람들이 아이폰임을 인식할 수 있는 디자인 요소이기도 했지만, 2007년 아이폰의 첫 발표 때부터 아이폰 UX의 중심이기도 했다. “어디에 있던, (홈 버튼만 누르면) 무조건 홈 화면으로 돌아갑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의 첫 시연 무대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iOS는 다양한 기능 개선은 있었어도, 홈 버튼을 중심으로 한 UX는 대체로 그대로 유지됐다. 그 위에 스크린샷, 앱 전환기, 터치 ID 등의 새로운 경험이 얹혀졌다.

아이폰 X에서 홈 버튼을 없앤다는 것은 이 모든 것에 리셋을 건다는 뜻이었다. 이 과정에서 애플은 다른 제조사가 그랬듯이 간단히 가상 홈 버튼을 붙이는 걸로 끝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폰 X은 아예 새로운 UX를 만들어냈다. 물론, 이 UX의 기반은 확실하다. 8년 전 혜성같이 등장했다가 바람같이 사라진 팜의 webOS다. 지금은 LG의 스마트 TV 운영체제(…)로 전락한 webOS는 당시에는 혁신적인 제스처 기반의 새로운 UX를 선보였다. 아이폰 X의 새로운 UX는 여기서 많은 것을 빌려오긴 했지만, 워낙 webOS가 실패한 운영체제(…)라 아이폰 X에서는 또다시 새롭게만 보인다.

홈 버튼이 사라진 대신, 화면의 가장 아래 공간에는 홈 표시 영역이 생겼다. 여기를 잡고 끌어올리면 홈 버튼이 그랬던 것처럼 홈 화면으로 돌아간다. 잡고 끌어올리다가 반쯤 전에서 멈추고 있으면 앱 전환기로 들어간다. 말로 하면 굉장히 어려워 보이지만, 하루에서 이틀 정도만 투자해도 금방 적응된다. 홈 표시 영역을 잡고 아래로 내리면 한 손 모드도 동작된다. (다만, 이건 손쉬운 사용 설정에서 따로 켜줘야 한다)

위는 조금 복잡하다. 원래 아래에서 위로 쓸어 올리면 나타나던 제어 센터는 오른쪽 위의 귀를 잡고 내리면 나오고, 나머지 구역은 알림 센터에 할당됐다. 많은 사람들이 제어 센터의 위치는 이해되지 않는다고 코멘트했었고, 이 부분은 나도 동의한다. 아이폰 X의 UX에서 제일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되는 부분이고, 이 부분을 쓰려면 무조건 두 손을 써야 한다. 차라리 아이패드와 비슷하게 앱 전환기에 제어 센터를 넣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아이폰 X의 새로운 제스처는 우려했던 것과 달리 금방 손에 익는다. 하루 이틀만 사용해보면 빠르게 제스처를 사용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오히려 다시 홈 버튼이 있는 아이폰으로 돌아가면 홈으로 돌아가겠다고 버튼을 누르는 것이 어색했을 정도였다.

카메라

그동안 아이폰의 카메라는 업계에서 최고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에는 그 인식이 많이 약해졌었다. 지난 몇 년간 아이폰의 카메라 수준이 그대로 머물렀다면, 경쟁 제품은 빠르게 아이폰을 따라잡았고, 심지어 몇몇은 아이폰을 앞서기까지 했다.

이번 아이폰 8과 X에서 애플은 카메라에 상당히 신경을 썼다. 먼저, 센서의 크기가 더 커졌고, 이에 따라 렌즈의 스펙도 살짝 바뀌었다. 아이폰 X에서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는데, 망원 렌즈의 조리개가 더 넓고(F2.8 → F2.4), 광각 렌즈에만 광학식 손떨림 방지 시스템(OIS)이 달리는 아이폰 8 플러스와 달리 망원 렌즈에도 OIS가 적용됐다.

더 커진 센서와 넓어진 조리개, 그리고 망원 렌즈의 OIS는 망원 렌즈로 찍은 사진의 품질을 비약적으로 개선시킨다. 아이폰 7 플러스만 해도 어두운 환경에서 망원 렌즈로 사직을 찍는다는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거나, 설령 보이더라도 엄청난 양의 노이즈를 마주하는 등 애로사항이 꽃 폈었다. 하지만 아이폰 X은 훨씬 쓸만한 사진을 뽑아준다. 특히 빛이 많이 필요한 인물 사진 모드에서 빛이 난다. 빛을 많이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사진의 전반적 품질에도 유리하지만, 그만큼 뒷배경과 앞을 분리하는데 필요한 데이터를 더 많이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샘플 사진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아이폰 X의 전반적인 카메라 품질은 다른 최신 스마트폰과 겨뤄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지금까지의 아이폰 카메라의 완성이라고 봐도 할 수 있다. 위의 샘플 사진은 모두 기본 카메라 앱과 기본 사진 앱의 보정 기능으로 만든 것이다.

전면 카메라도 흥미롭다. 페이스 ID를 위한 트루뎁스 카메라의 3D 인식 기능을 활용해, 전면 카메라에서도 인물 사진 모드를 사용할 수 있다. 심도가 상당히 얕게 설정돼 있어 사진을 찍으면 얼굴을 제외하고는 머리의 가장자리부터 조금씩 흐려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보고 “부정확하다”라고 평하는데, 이는 설정의 문제일 뿐, 부정확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인물 사진 모드 자체가 iOS가 업데이트하면서 꾸준히 나아졌듯이, 여기에서도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개선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내 이름은 코난. 탐정이지.” (여러분의 청력 보호를 위해 오디오는 잘랐다)

아이폰 X의 트루뎁스 카메라로 할 수 있는 또 다른 건 바로 애니모티콘이다. 얼굴의 50가지 근육 움직임을 정확하게 추적해낼 수 있는 애니모티콘을 이용해 좋아하는 이모티콘이 다양한 표정을 짓고, 노래도 부르고, 둘이서 콩트를 만드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이렇게 녹화한 애니모티콘은 일반 MP4 파일로 저장되기 때문에 메시지 앱뿐만 아니라 다른 앱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애니모티콘을 만드는 것 자체는 메시지 앱에서만 가능하다는 단점은 있다. 아예 애니모티콘을 만들 수 있는 독자 앱을 하나 만들어주는 건 어떨까.

성능 & 배터리

이렇게 많은 것이 바뀐 아이폰 X의 심장은 아이폰 8과 같은 A11 바이오닉 프로세서(SoC)이다. 애플의 A시리즈는 나올 때마다 경쟁 제품을 가볍게 누르는 엄청난 성능을 발휘하곤 하는데, A11 바이오닉도 다르지 않다. 2개의 고성능 코어(“몬순”)와 4개의 고효율 코어(“미스트랄”)로 나뉘는 A11 바이오닉은 A10 퓨전과 비교해 고성능 코어 기준 30%의 성능 개선, 고효율 코어 기준 70%의 성능 개선이 있었다. 거기에 한 번에 고성능 코어나 고효율 코어만 쓸 수 있었던 A10 퓨전과 달리 A11 바이오닉은 여섯 개의 코어를 동시에 돌려 순간적인 성능을 발휘할 수도 있다.

CPU 성능은 종합적으로 아이폰 8 시리즈와 거의 똑같다. 그리고 공통적으로 대표적 경쟁 제품인 노트 8보다 두 배 이상으로 빨랐다. 이 그래프에 나오지는 않지만, 아이폰 7과 비교하면 싱글 기준 약 20%, 멀티 기준 약 71%의 개선이 있었다.

이번 A11 바이오닉에는 새로운 GPU도 들어가 있다. 지금까지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의 PowerVR 제품군을 썼던 애플은 A11부터 자체적으로 GPU를 만들어냈다. 단순히 A11 GPU라 명명된 이 GPU는 지난 A10 퓨전에 쓰였던 이매지네이션의 제품보다 코어 수가 반으로 줄었지만, 코어당 성능이 크게 증가하면서 아이폰 7 대비 약 31%의 성능 개선을 보인다. 해상도가 비슷한 아이폰 7 플러스와 비교하면 약 38% 정도 더 빠르다.

하지만 A11 바이오닉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머신러닝에 특화된 프로세서이기 때문이다. A11 바이오닉 안에는 위에 언급한 여섯 개의 코어와는 별도로 “뉴럴 엔진”이라 불리는 머신 러닝 연산처리용 하드웨어가 따로 존재한다. 이미 iOS에는 다양한 머신 러닝 기능이 들어가 있다. 시리는 물론이고, 사진 앱의 얼굴 인식과 장면 인식 기능, 사용자 행동 예측 기능 등이 그것이다. 거기에 iOS 11에서는 코어 ML이라는 써드파티 개발자가 사용할 수 있는 머신 러닝 프레임워크와 증강현실 앱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는 AR키트까지 선보였다. 이런 연산을 물론 기존의 SoC 내 코어에서 구동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기기의 전반적인 성능에 영향을 줄뿐더러 무엇보다 전력 소모에 심각하게 불리하다.

뉴럴 엔진의 역할은 이러한 머신 러닝 연산을 메인 SoC 코어 대신 처리하는 것이다. 이 작업에 특화된 하드웨어이니만큼 전반적인 성능은 메인 코어만큼은 못할 지라도, 머신 러닝 연산만 따지고 보면 출중한 성능을 보인다고 애플은 설명한다. 무엇보다 비슷한 수준의 연산을 훨씬 낮은 전력 소모량으로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지키기 위해 대부분의 머신 러닝 연산을 기기 내에서 처리해야 하는 애플에게 뉴럴 엔진은 매우 중요한 하드웨어인 셈이다.

아이폰 X에서 뉴럴 엔진은 특히 중요해지는데, 페이스 ID의 인식 작업을 뉴럴 엔진이 담당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평면 화상(지문)을 비교하는 터치 ID와 달리, 3D 화상(얼굴)을 비교해야 하는 페이스 ID는 훨씬 데이터 포인트가 많고, 복잡하다. 애플은 수천 명의 얼굴 데이터를 모아 학습시키는 신경망을 만들었고, 이를 기반으로 페이스 ID를 만들었다. 페이스 ID 자체가 하나의 머신 러닝 알고리즘이기 때문에 빠른 얼굴 인식 및 잠금 해제는 뉴럴 엔진의 덕택이 크다.

배터리 성능은 어떨까? 안 그래도 요즘 아이폰 배터리 때문에 말 많은데. 아이폰 X의 배터리 용량은 2,716mAh로, 아이폰 8 플러스보다 약간 더 많다. 8 플러스보다 전반적으로 면적이 작은데 어떻게 더 많은 배터리를 넣었냐고? 로직 보드를 2층으로 쌓아서 해결했다고 한다. 어찌 됐든, 개인적으로 경험한 아이폰 X의 배터리는 예전에 썼던 아이폰 7 플러스 정도만큼 갔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30% 정도 배터리가 남았다.

아이폰 배터리 사태 이후 소셜 미디어에서 돌아다녔던 배터리 관리 팁을 보면 “자주 충전해주는 것이 좋다”라고 한다. 그러기에 이번에 새로 추가된 무선 충전은 구세주와 같다. 아이폰 X은 최대 7.5W(iOS 11.2 이후)의 속도로 충전할 수 있다. 물론 라이트닝 케이블로 충전하는 것보다는 상당히 느린 편이긴 하지만, 집에서는 어차피 단시간에 충전해야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케이블에 꽂을 필요 없는 무선 충전이 상당히 편했다.

특히 독자 규격 대신 치(Qi) 표준을 선택한 것은 애플답지는 않더라도 칭찬할 만한 부분이다. 그래서 집에 있는 무선 충전 패드는 죄다 삼성 거다. 아이맥 옆에는 컨버터블 패드, 침대 옆에는 먼 옛날(<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개봉 당시) 나왔던 캡틴 아메리카 방패 패드를 쓰고 있다. 애플에서는 공식 라이선스 제품으로 벨킨과 모피에서 내놓은 제품을 홍보하고 있기는 하다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가격이 너무 비싸서 패스했다. 이게 바로 표준을 지킬 때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아닌가 싶다. (이러고 나중에 아이폰과 에어팟을 동시에 충전할 수 있는 에어파워 패드가 나오면 또 사겠지만 말이다.)

과거의 종착점, 미래의 시작

왼쪽부터 아이폰 X, 아이폰 8, 아이폰 8 플러스. (닥터몰라 제공)

지난 2017년에 출시된 아이폰 라인업, 즉 아이폰 8 시리즈와 아이폰 X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것은 내가 좋아했던 영국 TV 프로그램인 <탑기어>였다. 거기서, MC인 제레미 클락슨은 전통적인 고성능차인 BMW M3와 하이브리드 고성능차인 BMW i8을 비교하면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마치 M3는 우리가 지금까지 써내려 온 역사에서 나온 최고의 차이고, i8은 우리가 앞으로 써내려 갈 역사에서 나온 것 같습니다. 역사에서도 그 순간이 있었을 겁니다. 모두가 지난 수백 년 동안 타자기를 써 왔는데, 그때 누군가가 노트북을 들고 나온 그 순간 말이죠. 지금 저 두 차가 그 순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i8은 완벽하진 않았다. 전기 모터와 배터리를 위한 공간을 갖추느라 휘발유 탱크가 작아져 휘발유로만 차를 굴린다면 전반적인 항속거리는 줄어들었고, 역시 모터와 배터리로 인해 증가한 무게를 극복하기 위해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이라는 신소재를 써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았다.

무엇보다 문제는 인프라였다. 우리나라만 봐도 하이브리드차나 전기차를 충전할 만한 충전기는 많이 부족하다. 하다못해 집에 들어와도 아파트 단지에 충전기가 없어서 우리 모두가 스마트폰으로 그러는 것처럼 밤마다 충전할 수도 없다. 그러나 전기차가 도래하면서 스포츠카가 멸망했다며 절망하던 사람들에게 i8은 하이브리드 스포츠카도 가능하다는, 그 미래를 보여줬다.

사실 생각해보면 아이폰 8이나 X이나 내부 사양은 크게 다르지 않다. 둘 다 A11 바이오닉 프로세서를 쓰고 있고, 메인 카메라의 사양도 동일하며, 둘 다 무선 충전을 지원한다. 하지만 아이폰 8이 지금까지의 아이폰 디자인에 2017년의 사양을 얹는데 그쳤다면, 아이폰 X은 디자인과 하드웨어 기술 등 여러 부분에서 미래를 바라보며 과감한 모험을 감행했다. 애플은 매번 새로운 아이폰을 발표할 때마다 바뀐 게 많다고 광고를 하지만, 그 광고가 아이폰 X에서만큼 깊게 와 닿은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 모험의 대가는 꽤 크다. 지금까지 익숙했던 홈 버튼 중심의 UX를 완전히 갈아엎었고, 페이스 ID는 생체인증이라는 기본적 굴레만 같을 뿐, 완전히 다른 기술이라 사람들의 적응을 요할 뿐만 아니라, 4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을 터치 ID를 한 방에 대체하기에는 개선의 여지도 조금 있어 보인다. 또한, 새로운 기술의 적극적인 적용으로 가격이 142만 원이라는 처음에는 믿기 힘들었던 가격으로 올랐음은 물론이다. 거기에, 기존 써드파티 앱의 아이폰 X 해상도 미지원과, 일부 금융 앱의 페이스 ID 지원 거부 등, 주변 인프라의 문제도 남아 있다. 만약에 이러한 모험이 불안하다면, 결국 아이폰 8을 사는 것이 답일 수도 있겠다.

이러한 대가에도 불구하고 아이폰 X은 더 이상 아이폰에게 변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뒤바꿔 놓았다. 그것도 점진적 변화가 아닌, 지금까지의 아이폰에 리셋 버튼을 누르고 새롭게 시작한 느낌이다. 아이폰이 출시된 지 10주년을 맞이한 2017년에 나온 아이폰 X은, BMW i8이 그랬듯이, 아이폰 라인업을 과거와 미래의 교차점에 놓았다. 아이폰 8이 지금까지의 아이폰의 최종 진화형이었다면, 아이폰 X은 이제 앞으로 나아갈 미래의 시작이다. 리뷰 시작에서 말했듯이, 용감한 신세계다.

2 replies on “[KudoReview] 아이폰 X”

쿠도군님, 백 투더 맥에 올라오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데 Brave new world에서의 brave는 동사로, 즉 dare to explore 또는 dare to face 정도의 뜻으로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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