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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California Day 3: Pacific Coast High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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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운전을 위한 준비는 철저히.

지난 이야기:
Day 1
Day 2

1/7

대망의 캘리포니아를 종단하는 날. 전날 프리우스에 연료도 가득 채워둔 나는 전날처럼 7시에 출발해 또다시 LA의 러시아워를 겪으며 친구를 픽업하러 갔다. 8시쯤 도착하고 주인이 없어서 체크아웃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겨우 체크아웃하고 나오니 30분이 지난 뒤였다. 나오면서 윌셔 가의 유명한 코리아타운을 뚫고 갔는데, 심지어 버라이즌 스토어도 한글이 난무하는 것을 친구는 신기해하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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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하니 코리아타운.

LA에서 북쪽으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일단 101번 고속도로를 타야했다. 그런데 이 날따라 길이 무지하게 밀렸다. LA 밖으로 완전히 빠져나오고 나서야 정체가 좀 풀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좀 더 달리자, 해안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리는 101번 고속도로에서 잠시 빠져나와 해안가에 주차해 사진을 좀 찍으며 경치를 즐기다가, 다시 101번을 타고 더 북진했다. 길은 해안가를 벗어나 잠시 산길로 들어섰다. 이왕 이렇게 된 김에 롬폭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이미 아침을 친구가 숙소에서 간단히 만들어준 딸기잼 + 땅콩버터 샌드위치로 해결한 건 함정.) 어딜 갈까 하다가 친구의 계속되는 미국 햄버거투어(?)의 일환으로 잭 인 더 박스를 가기로 했다. 친구는 치킨버거를 시키고, 양악 수술 때문에 아직 턱을 벌리기가 곤란했던 나는 치킨 텐더를 시켜먹었다. 그 와중에 내가 차던 나이키+ 퓨얼밴드는 배터리가 다 떨어져서 어쩔 수 없이 맥북을 꺼내서 충전해야했다. 치킨 텐더는 좀 기름졌지만, 맛은 나쁘지 않았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다시 북진하기 시작했다. 101번에서 빠져나온 우리들은 캘리포니아 1번 국도, 즉 태평양 연안 고속도로(Pacific Coast Highway, 줄여서 PCH)로 갈아탔다. 왕복 4차로였던 도로는 2차로로 줄었지만, 아직 길은 쭉쭉 뻗어 있었다. 우리는 중간중간 해안가에 멈춰서 사진도 찍고 했는데, 중간에는 바다코끼리의 군락지도 있었다. 이 때 내가 혹시나 해서 챙겨간 망원렌즈가 유용하게 쓰였다. 여기서 차도 긁었는데, 주차하려고 후진하다가 사이드미러로는 절대로 보이지 않는 치워둔 표지판 비슷한 것에 부딪혀 살짝 찍힌 것이다. 다행히도 보험 덕분인지 나중에 따로 수리비가 청구되지는 않았다. (어차피 저걸 굳이 수리하겠어…?)

조금 더 올라가자, 쭉 뻗은 길은 곧 굽이굽이 산악길로 바뀌었고, 나는 차를 열심히 몰아붙였다. 그런데 차가 하필 프리우스라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었다. 당장 집 차만 몰고 와도 좋았을텐데..라며 나는 한숨을 지으면서 몰면서도, 괜찮은 경관이 나오면 어김없이 차를 세워서 사진을 찍곤 했다. 한 번은 어떤 사람들이 차를 타고 오더니 오는 길에 주유소 본 적이 있냐고 묻기도 했다. 연료도 별로 없고, 우리랑 같은 방향으로 왔는데, 본 기억이 없다는 것이었다. 우리도 기억이 없어서 차라리 계속 가는 게 더 나을 거 같다고 말했다. 그 차를 먼저 보내고 우리도 따라 출발했는데, 10분 뒤에 우리는 주유소에서 탱크를 채우고 있는 그 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모는 프리우스는 그렇게 험하게 모는데도 리터당 20km 아래로 떨어질 생각을 안 해서 중간에 채울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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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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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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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다리.

우리는 올라오면서 계속 PCH에서 그나마  빅스비 다리 Bixby Bridge를 찾았다. 문제는 정확한 위치를 몰랐다. 애플 지도나 구글 지도 모두 검색을 해도 뜨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골 해안가라 휴대전화 신호도 왔다갔다했다. 그래서 우리는 내비게이션을 최대한 건드리지 않으면서 우리가 사진에서 본 기억만으로 빅스비 다리를 찾아야했다. 결국 그 다리는 거의 몬터레이에 다 갈 때 쯤 나왔다. 이미 어둑어둑해지고 있어서 삼각대를 펴고 친구의 NEX 카메라로 장노출 촬영을 했다. 하도 따뜻해서 모르고 있다가 해가 일찍 지는 걸 보고나서야 지금이 1월임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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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 다리.

몬터레이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 7시가 다 되어서였다. 아침 8시에 친구네 숙소에서 출발했으니, 무려 11시간을 운전한 셈이다. 어떻게 이걸 해냈는 지는 아직 생각해봐도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일단 나와봤지만 주변에 있는 게 없어서 결국 내가 LA에서 사둔 컵라면으로 저녁을 해결했고, 영화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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