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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doReview] 다크 나이트 라이즈

제목: 다크 나이트 라이즈 The Dark Knight Rises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주연: 크리스찬 베일(브루스 웨인/배트맨), 앤 해서웨이(셀리나 카일), 톰 하디(베인)

애인을 잃고 살인마가 된 하비 덴트가 동전을 뒤집다 배트맨에게 그에게 뛰어든 지 8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그 뒤로 하비 덴트의 죄를 대신 뒤집어쓴 브루스 웨인은 배트맨으로서의 인생을 정리했고, 하비 덴트의 진실은 숨겨진 채 그의 이름을 딴 하비 덴트 법이 제정되어 고담시는 평화를 되찾은 듯했다. 하지만, 그 평화도 오래가지 못하고 베인이라는 용병이 등장해 다시금 고담시를 위험에 빠뜨리려 한다. 과연 브루스는 위기에 빠진 고담시를 외면할 것인가, 아니면 배트맨의 가면을 다시 쓰고 베인의 음모에 맞설 것인가?

다크 나이트는 개봉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최고의 슈퍼 히어로 영화라는 찬사를 받는다. 올해에야 다크 나이트에 필적할 수 있는 어벤져스가 나왔지만, 어벤져스가 액션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데 반해, 다크 나이트는 슈퍼 히어로 영화 답지 않게 깊은 여운을 남기는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에 멈추지 않고 이제 그의 마지막 배트맨,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보따리를 풀어놓으려 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스토리는 하비 덴트와 레이첼 도스, 그리고 배트포드(…)에 대한 내용을 제외하면 다크 나이트의 이야기를 거의 전부 버렸다. 특히, 다크 나이트 이후 결국은 죽지 않은 조커의 행방에 대해서는 어떠한 언급도 없다. (이에 대한 이유로 놀란 감독은 조커 역을 마지막으로 요절한 히스 레저에 대한 예의라고 했다) 대신에 3부작의 1편인 배트맨 비긴즈의 스토리를 이어간다. 개인적으로는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보기 전에 전편 둘을 모두 보는 것을 추천하나, 만약에 정말로 시간이 없어서 둘 다 못 보는 상황이라면, 일단 배트맨 비긴즈를 먼저 추천드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베인과 배트맨 비긴즈의 라스 알 굴이 상당한 연계점을 가지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전작 다크 나이트의 스토리가 배트맨보다는 조커의 등장과 하비 덴트의 타락을 그렸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시리즈 중 배트맨의 출연 비율이 가장 적다고는 하지만 전적으로 배트맨과 브루스 웨인의 이야기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를 통해, 놀란 감독은 8년을 쉬면서 약해진 브루스의 모습과 베인이 등장하면서 겪는 심리적 갈등 등을 잘 묘사해낸다. 배트맨 비긴즈에서 브루스가 어렸을 때 우물 아래로 떨어지고 난 후, 그의 아버지 토마스 웨인이 구출하러 오면서 하는 대사가 있다. “브루스, 우리는 왜 떨어질가? 다시 일어나기 위해서란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의 이야기는 이 대사를 그대로 따라간다. 베인의 공격에 의해 몰락을 겪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일어나는 것, 이게 바로 어둠의 기사가 다시금 일어선 것(The Dark Knight Rises)이 아니면 뭐겠는가. 영화의 제목도 그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간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캐릭터들이다. 먼저, 배트맨을 제외한 다른 기존 캐릭터들(알프레드, 루시우스 폭스, 짐 고든 등)의 비중을 거의 공기로 만들어버렸다. 누구는 중간에 사라졌다가 끝에 갑자기 나오지를 않나, 누구는 영화의 1/3을 병원에서 보내지를 않나.

새로운 캐릭터들도 문제다. 분명히 이 영화에 처음 나온 캐릭터들이건만, 영화는 초반부터 이 캐릭터들이 꼭 전편에서도 나온 것처럼 설명을 거의 안 해주는 탓에 자칫 잘못하면 꽤나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배트맨의 적으로 등장하는 베인은 지능과 심리전으로 배트맨을 압박했던 조커와는 달리 엄청난 물리적 힘으로 그를 압박한다. 원래 코믹스를 보면, 베인도 조커 못지않은 지략가로 나온다. 하지만 영화로 만들어지는 순간, 꼭 물리적인 부분만 강조해서 나온다는 것이 내 개인적 불만이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베인의 지략가로서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옛날의 망작 배트맨과 로빈만큼은 아니더라도 물리적 힘만을 앞세우는 것은 많이 아쉽다. 그렇다고 베인을 연기한 톰 하디가 베인을 망치지는 않았다. 역으로, 그는 각본이 망칠 뻔한 베인을 그의 카리스마로 살려낼 수 있었다.

미란다 테이트의 캐릭터도 문제다. 영화가 개봉되고 나서, 미란다 뿐만 아니라 셀리나 카일도 꼭 영화에 필요가 있을까란 설전이 오갔다. 개인적으로는 셀리나같은 경우 있어서 영화가 잘 꾸며진 데 반해, (앤 해서웨이의 연기도 볼만하다) 미란다 테이트는 후반부를 위해 2시간 반을 질질 끌고간 캐릭터에 불과했다. 오히려 뺐으면 베인을 훨씬 더 잘 살려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존 블레이크는 그나마 미란다 테이트보다는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담당해 ‘없어도 될 캐릭터’ 논란에서는 비껴나갔다. 문제가 되는 것은 캐릭터 자체가 아닌 그의 약간 갑자기 툭 튀어나온 듯한 성향이다. 어떠한 설명없이 등장해 무러 8년동안 쉰 브루스 웨인을 배트맨으로 복직시키는 인물이라는 것 자체만 봐도 뭔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상영시간이 3시간에 가까운 164분으로, 전작인 다크 나이트보다도 10분이 더 길다. 그럼에도 페이스는 무지하게 빠르다. 다크 나이트는 조커가 일시적인 승리를 거두고, 하비 덴트가 흑화(?)하는 과정에서 영화가 늘어지는 감이 없지않아 있었는데,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시종일관 빠르다. 특히, 마지막 30분은 너무 빨라서 내용 이해가 제대로 안된다. 상영 시간을 맞추기 위해 상당한 부분의 후반 장면을 편집한 듯한데, 이것이 스토리 완성도가 떨어지게 된 것이 아쉽다. 나중에 DVD나 블루레이로 나올 때 뒤의 삭제 장면을 추가시킨 버전으로 출시하는 것은 어떨까 싶다.

이렇게 스토리에 관한 문제점이 많아보이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다른 블록버스터에 비하면 여전한 수작임은 틀림없다. 슈퍼 히어로 영화를 가지고 많은 의미를 함축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님을 상기시켜주는 영화가 바로 다크 나이트 라이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듯이 (비록 놀란 감독 자신은 부인하지만) 베인이 고담시를 점령하고 나서 고담이 변해가는 모습은 프랑스 혁명 이후의 혼란기를 생각나게 하고, 끝없이 추락한 브루스 웨인이 다시 일어서는 모습 또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오히려 평범한 블록버스터인 줄 알고 보셨던 다크 나이트의 이야기가 너무 심오해 부담스러우셨던 분들이라면, 이보다 좀 더 스토리적으로 심플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좀 더 편하게 관람할 수 있다.

놀란 감독이 “내가 지금까지 찍은 영화중 가장 크다”라고 한 말에 걸맞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크다. 미국의 주요 도시를 돌면서 영화를 찍었는데, 특히 마지막 전투가 펼쳐지는 곳은 –망해가는–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유명한 뉴욕의 월가다. 다양한 로케이션만큼이나 CG를 최대한 지양하는 놀란 감독의 고집 덕에 영화는 실감나는 볼거리로 가득하다. 실제로 플랫폼에 매달려서 나는 연기를 했다는 더 배트나, 실제로 미식축구 경기장을 폭파시켰다 하는 경기장 폭파 장면은 스케일을 자랑한다. 정말로 볼거리 면에서는 3부작 중에서 가장 많다. 이러한 볼거리들도 3시간을 광속으로 가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다른 영화들을 제쳐두고, 다크 나이트에 이은 엄청난 기대가 가장 큰 적이다. 다크 나이트가 너무나도 명작이었던 것이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게는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그렇게 다크 나이트와 비교를 하다 보니 이 글에도 지적을 하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다크 나이트보다 수작일 것이다라는 기대만 접는다면,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전체적인 슈퍼 히어로 영화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엄청난 수작이다. 또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놀란의 배트맨 3부작을 잘 마무리한 최고의 마지막이 아닐까 싶다.

Score: 9.3/10

P.S) 나같은 경우 다크 나이트를 아이맥스관에서 보지 못했다. 그래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만큼은 아미맥스관에서 보리라 마음먹고 겨우겨우 구석자리를 예매하여 봤다. 자리가 좋지 않았음에도 왜 아이맥스 아이맥스하는지 알 것 같았다. 나중에 자리 좋은 곳에서 다시 볼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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