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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아이패드 (3세대, 2012년형) Hands-On

사실 이 글을 쓸까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다. 그만큼 별로 오래 써보지도 못했기 때문에 (지인의 아이패드를 기대했지만 결국 프리스비에 있는 시연용 유닛을 써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짧은 사용 시간 동안의 느낌을 어떻게 글로 전할 지도 막막했다. 하지만 뭐… 시도는 해보자. (사진 촬영도 막혀서 내 아이패드 2랑 비교하는 샷 하나만 겨우 건질수 있었다)

신형 아이패드는 결론부터 말하자면 어떤 면에서는 고 스티브 잡스와 확연히 다른 팀 쿡의 경영 스타일이 담긴 그의 데뷔작이라 할수 있겠다. 물론 잡스의 생전때부터 개발을 해왔던 모델이기 때문에 잡스의 영향력이 아주 없지는 않겠지만, 확실히 쿡의 현실주의가 잘 드러난달까.

일단 새 아이패드를 처음 들어봤을때, “생각보다 안 무거운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처음에는 아이패드 2랑 거의 같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아이패드 2와 비교할때 확실히 무거워지긴 한 것은 사실이다. (무게가 같다는 느낌이 든 것은 스마트 커버의 무게 때문이었다) 느낌은 들지만, 언론이 늘 그렇듯 그게 굳이 심각한 단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아이패드 2를 샌드위치해보면 확실히 신형 아이패드가 더 두껍긴 하지만, 크게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다.

새 아이패드의 중심이 되는 기능은 바로 9.7인치의 초거대 레티나 디스플레이다. 아이폰 4를 쓰는 입장에서 이게 처음에는 별 감흥이 없다가도 나중에는 이 거대한 화면이 이렇게 선명할 수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다. 애플은 약 300만 개의 화소를 9.7인치의 화면에 구겨넣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그럴만도 하다: 아이패드의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정말 버지의 조슈아 토폴스키의 말처럼 “한 장의 빛나는 종이”를 연상시킨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정말 대단한 건지 의심이 된다면 아이포토를 켜보거나 아이북스를 켜보라. 바로 수긍이 간다. 새 아이패드로 사진을 보다가 아이패드 2로 보니 순간 눈이 침침해지는 건가 싶었다. 그만큼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막강하다. 디스플레이 자체의 채도도 아이패드 2에 비해 높아졌는데, 삼성제 AMOLED의 눈 아플 정도의 채도는 아니다.

새로운 카메라 또한 기대에 부응했다. 500만 화소의 센서에 최고의 카메라폰으로 불리는 아이폰 4S의 광학 시스템을 얹은 아이패드는 만족할 만한 사진을 뽑아줬다. 동영상 또한 1080p로 찍을 수 있으며,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 센서를 이용해 자체 떨림 보정도 해줄 수 있다. 다만 이를 끌 옵션이 없다는 것이 아쉽긴 하다. 그런데, 아이패드로 사진을 찍는 것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나온다. 그러면 안되는데 (…)

하지만, 새로운 아이패드의 중심은 레티나 디스플레이 그 자체다. 그러다보니 다른 새로운 기능들도 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기준으로 돌아가는 듯하다. 예를 들어, A5X 프로세서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해상도를 지원하기 위해 완전히 새로운 프로세서가 아닌 A5의 CPU 코어에 쿼드코어 그래픽코어를 넣은 형태이며,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인한 엄청난 전력소모를 감내하기 위해 아이패드 2에 비해 무려 70%나 용량을 키운 새로운 배터리를 탑재해 배터리 수명을 유지시켰다. (그 때문에 좀 더 두꺼워지고 무거워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타협은 몇가지 문제를 일으켰다. 먼저, A5X는 2048×1536의 미친 해상도를 돌리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그 해상도에서 아이패드 2가 1024×768 해상도에서 돌리는 수준의 3D 가속이 힘들어졌다. 이로 인해 게임로프트가 출시한 노바3에서는 해상도를 떠나서 전체적 그래픽 효과가 아이패드 2가 나은 하극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배터리같은 경우 용량이 무려 70% 늘어났는데 충전기는 바뀌지 않아 충전시간이 아이패드 2와 비교할때 두배 가까이 걸린다. 또한, 아이패드 2에 비해 상당한 전력소모 때문에 충전할때 사용을 하면 충전 속도가 심히 느려진다. 이러한 점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내가 이렇게 부정적인 의견을 쏟아낸다고 해서 신형 아이패드가 나쁜 제품이라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신형 아이패드는 매력적인 제품이며, 아직도 경쟁사들의 태블릿들이 영 발전을 못하는 틈을 타 무지 많이 팔아치울 것은 자명하다. 나라도 지금 태블릿을 산다면 주저없이 신형 아이패드를 살 것이다. (다양한 사정으로 당분간 아이패드 2에 만족해야한다는 게 다를뿐) 다만, 이번 신형 아이패드는 지금까지의 애플 제품들이 유지했던 현실과 이상의 밸런스가 무너질 조짐이 보여 걱정이 조금 앞선다. 고집과 집착으로 인해 아이폰 4 안테나게이트 사건 등 다양한 구설수에 오르면서도 엄청난 현실왜곡장을 뿜어대며 성공하기 불가능해 보이는 프로젝트도 성공시켰었던 스티브 잡스의 빈자리가, 신형 아이패드에서는 조금 크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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